야밤의 풀베기 : 몸을 움직여야 잡 생각이 없어진다
해야 할 일들 투성이고 몸은 하나이고,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
오늘따라 잠은 오지 않고 야밤의 체조 겸.. 잡생각을 없앨 겸.... 방치한 밭에 풀을 매 본다.

오늘 하루 유난히도 머리가 복잡하다. 괜스레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나... 뭘 먼저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조금 일찍 잠들어서 머리를 식힐 겸 잠시 뒤뜰로 향하는데, 나의 몸은 이미 작업복을 입고 있구나...
밭으로 향하니 나를 반기는 풀들...
사실은 밭에 있는 창고를 빨리 정리해서 씨앗도 발아하고, 야채도 키우는 온실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있는데 주변이 온갖 풀로 덮여있으니 매일 저녁 풀을 1시간씩만 없애면 며칠이면 창고도 손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에 몸을 굴려본다.
처음이 힘들지 노동이 시작되면 금세 시간을 잊어버리고 몰두하게 된다.


시작하는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으나, 1시간 사이에 가슴 깨까지 풀을 쌓을 정도로 많은 양을 제거했다. 누군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욕할 수 도 있지만, 오늘은 왠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몸을 굴려야 했다.
머릿속이 그냥 뒤죽박죽이라 몸이라도 움직여야 잠을 잘 수 있을 듯하다. 당분간 딱 한 시간 반 정도씩 창고 주변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빨리 지금 사무실 한편에서 발아해서 커가는 블루베리와 힘겹게 살아가는 커피나무 한그루를 제대로 된 환경? 에서 키워보고 싶다.
물론 뭔가 나만의 온실을 만드는데 더 관심이 가는 건 만드는 걸 좋아하는 내 성향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찌 되었건 야밤에 별 빛을 친구 삼아 몸을 움직이고 나니 적당히 나른하고, 적당히 근심이 내려간 기분이라 잘 잘 수 있을 듯하다.

창고가 온실로 변신하는 그 날까지 나의 저녁 날구지는 계속될 거 같다. 애들도 아내도 모르게.....^^;;